많은 학생들이 중학교를 올라가기 전 이미 선행학습을 시작합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을 가르칠 때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을 물어보면 반에서 1-2명 을 제외하면 모든 학생들이 선행학습이 되어있습니다. 교사로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수업하기란 매우 까다롭고 부담스럽습니다.

선행학습이란 기본적으로 학부모님들의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내 자녀가 수학을 잘했으면 좋겠는데 주위 모든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고 하니 따라서 보냅니다. 내 자녀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이미 배울 내용을 알고 온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내 아이만 뒤쳐질 것 같고 내 아이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손해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단 불안감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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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에 대한 교육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학생이 미리 학습내용을 알고 수업을 듣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한 번 볼 내용을 두 번 보는 것이니 혹은 이해하기 힘든 수학을 어느정도 이해한 뒤 학습하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선행학습은 학생들의 잘못된 학습습관을 야기하며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현행 교육과정은 일반적인 학습자의 인지수준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모든 학생의 인지능력이 똑같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학생들의 인지수준에 맞는 정확한 내용의 지식이 대응될 순 없겠지만 많은 학자들의 수 많은 연구의 결과로 창안된 교육과정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되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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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인지발달 심리학자 피아제는 만 7세에서 만12세 까지의 아동을 '구체적 조작기' 그리고 그 이후의 아동을 '형식적 조작기'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 피아제의 이론은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누는 기준이 된 이론입니다.
초등학생들 즉 구체적조작기의 아동들은 구체물을 통해서만 조작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림이나 영상, 교구와 같은 구체물이 있어야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의 교과서나 문제집을 보면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이런 구체물을 통한 학습이 이루어질 때 '온전한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중학생들 즉 형식적조작기의 아동들은 구체물이 있지 않아도 조작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부터는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판단도 점차 가능해집니다. 그렇기에 그림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음수'와 같이 눈이 보이지 않는 수들은 초등학생들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조작기에 도달한 중학생들의 경우에는 음수를 그림이나 구체물로 나타내지 않아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조작기의 아동에게 음수에 대해 지도하는 것은 온전한 이해를 기반으로한 완전학습이 아닌 암기를 기반으로한 불완전한 학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동은 이런 학습에 익숙해지게 된다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아동의 인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선행학습은 아동의 수학학습에 있어 큰 악 역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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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용기와 믿음이 필요합니다. 학원에서 미리 선행학습을 한 뒤 학교에서 수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수업에 온전히 집중한 뒤 복습하고 궁금한 것들을 스스로 탐구해보는 학습습관을 갖는다면 수학 성적 뿐 아니라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그리고 학습태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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