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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이야기

수학 문제집 문제들 꼭 다 풀 필요 있을까?

by 세현T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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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생 때 어머니는 저에게 수학 학습지를 시키셨습니다. 제가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은 중학교 이후이기에 초등학교 때 학습지를 풀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숨기거나 일부러 페이지가 겹쳐 넘어가서 못풀었다는 핑계로 한 장을 풀지 않곤 했죠. 그 때를 회상하면 지금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어느정도 이해되곤 합니다.

 

수학은 유독 숙제가 많은 과목입니다. 수업 중 교과서나 문제집의 모든 문제를 풀지 못해서 숙제가 나가기도 하고, 충분한 연습 및 학습이 필요해서 숙제가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학 문제집 꼭 한 문제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풀어야 할까요?

 

1.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면 학습동기가 오른다.

 

데시(Edward Deci)와 라이언(Richard Ryan)의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학습자의 내재적 동기를 상승시킵니다. 즉, 학습자가 공부하는 중 자신의 결정권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내적 동기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부터 3장 풀어와' 보다는 '이 세 장 중에서 네가 가장 어려워 하는 문제 10문제 풀어와.' 혹은 '이 세 장 중에서 네가 가장 풀고 싶은 문제 10문제만 풀어와.'등의 선택권을 준다면 학습자의 학습 동기가 올라갑니다. 

 

추가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문제를 설명하게 하고 다른 친구가 선택한 문제는 그 친구의 설명을 듣게하면 더 효과적인 학습이 됩니다.

 

2. 자기반성 시간을 확보하라.(오답노트 시간을 확보하라.)

 

문제집을 푸는건 수학 성적을 올리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모르는 개념을 배우고 그 개념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학은 사고력을 가지고 다양한 풀이과정을 구상하고 적용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그렇기에 여러 문제를 빠르고 급하게 푸는 것 보단 하나의 문제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자신의 풀이 과정을 돌아보는 자기반성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문제해결론을 연구한 수학교육학자 폴리아(George Polya)는 수학을 공부함에 있어 반성의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단순히 많은 문제를 푼다고 수학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풀이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풀이는 없는지, 문제에서 이 조건을 바꾸면 문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의 고민과 탐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느끼기에 잘 풀 수 있는 문제는 다시 반복해서 풀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자신이 틀린 문제나 깊이있게 탐구하기에 의미있는 문제를 붙들고 오답정리를 하거나 내가 출제자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변형할지 등의 고민을 하고 이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 성취감을 조심하라.

 

문제집을 다 풀면 공부가 끝인가요? 흔히 학생들이 숙제를 다 하거나 문제집을 다 풀면 공부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러분의 목표는 수학 성적이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였나요? 어떻게 문제집을 다 푸는 것이 공부의 완성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흔히 문제집을 다 풀게 되면 성취감이 생겨서 자신이 성장했다는 착각을 합니다. 물론 많은 문제들을 풀며 수학실력이 오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집을 모두 풀거나 숙제를 다했다고 공부의 완성의 척도가 되면 안됩니다. 스스로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부족하면 더 하고, 충족됐다면 망각되도 빠른 시간 내에 학습할 수 있게 잘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문제집을 다 풀었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부족함은 있습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목표이지 문제집을 채우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마치며

 

문제집을 꼭 다 풀어야 한다는 강박은 여러분의 불안감 때문입니다. 혹여나 내가 풀지 않았던 문제가 시험문제에 나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모든 문제를 반드시 다 풀게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앞으로 마주칠 모든 문제들을 여러분이 미리 풀어볼 순 없습니다. 새로운 문제가 나왔을 때의 대처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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